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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빈민가 아이들의 희망가

인도 ‘천민’ 아이들의 희망가 첫 무대 오른다
지라니 합창단 이어 바나나 합창단 만든 김재창씨
“즐겁게 노래한 기억이 아이들 성장의 디딤돌 될 것

인도 뭄바이에서 동남쪽으로 170㎞ 떨어진 마하라슈트라주 뿌네시(市)에서는 요즘 불가촉천민(달리트)계급 어린이 60여명의 노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24일 오후 6시30분(현지시간) 뿌네시 시립극장 ‘발 간드르워’홀에서 첫 공연이 있기 때문이다. 천방지축인 아이들의 노래를 천상의 화음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마에스트로는 다름아닌 한국인 김재창(54)씨. 2006년부터 4년간

아프리카 케냐의 빈민촌 아이들로 구성된 ‘지라니 합창단’을 만들었던 바로 그 이다. 지라니 합창단은 지난해 한국 미국을 방문, 공연해 큰 감동을 선사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봄 인도로 가 불가촉천민 아이들로 같은 해 8월 합

창단을 꾸렸다. 이름은 ‘바나나’. 힌두어로 ‘변화시키다’라는 뜻이다. 김씨는 잔존하는 카스트제도와 그로 인한 차별, 가난에 어떤 일도 열심히 해본 기억이 없는 아이들이 노래를 통해 자신감을 찾고 꿈을 키웠으면 하는 뜻에서

이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이후 9개월여 동안의 피나는 연습의 결과를 선보이기 위해 김씨와 어린이들은 매일 비지땀을 흘렸다.

“가장 불쌍하다고 여겨지는 아이들이 가장 화려한 무대에서 공연하는 반전을 만들고 싶었죠. 케냐 아이들과 이룬 기적을 인도 달리트 계급 아이들과 못 이룰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인도에 첫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불교가 태생한 참선의 나라라 케냐보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환상은 연습 첫날 산산이 깨졌다.

“7, 8개 마을을 돌며 오디션을 본 뒤 100여명의 아이들을 뽑았습니다. ‘예스’라고 대답했던 아이들이 한 명도 오지 않았습니다. 건성으로 대답했던 거죠. 다시 아이들을 찾아 나섰고 이틀 뒤 겨우 7명이 모였습니다.”

첫발은 뗐지만 노래연습은 언제나 난관의 연속이었다. 고아원 소속 아이들은 원장의 뜻에 따라 출석과 결석을 반복하기 일쑤였고 한 번은 사춘기 남녀 학생이 연애를 했다는 이유로 원장이 연습에 불참시켰다. 김씨가 고아원을

두 번씩이나 찾아가 애원했을 때 이미 두 학생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다는 원장의 말을 듣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그는 “연습을 못해 가슴 졸였던 날을 생각하면 45도에 육박하는 기온은 버틸 만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힘든 만큼 감동은 진했다. 부모가 에이즈로 죽고 고아원에서 생활하는 샤라바니라는 이름의 열 살 소녀는 ‘우리는 내일의 어린이 입니다’라는 노래를 연습하다 가사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음감 리듬감 하나 없던 자신이 희망

을 노래한다는 사실이 행복했던” 것이다.

노래는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연습하다 친구가 틀리면 항상 지적하고 비난만 하던 아이들이 서로를 보살필 줄 알게 됐다. 남의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이들이 이제는 ‘땡큐’라는 인사를 입에 달게 됐다. 김씨는 “노래가

아이들의 인성도 ‘샤프(#ㆍ반올림)’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그가 인도로 오면서 꾸린 구호단체 이름이 ‘월드샤프’로 합창 공연 날이 단체 창립 1주년이기도 하다.

24일 공연에서 합창단은 인도 전통음악뿐 아니라 아리랑, 도라지 등 한국 전통민요, 도레미송, 위아 더 칠드런 오브 투모로우 같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노래들로 천상의 화음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씨는 올 11월 바나나합창단의 첫 해외공연도 추진하고 있다. 바로 한국이다.

“이 아이들이 모두 음악가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엔지니어, 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갖겠죠. 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희망을 노래했던 기억은 아이들이 미래를 개척하는 데 디딤돌이 될 겁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한국일보 2011년 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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